푸앵카레 재귀정리로 증명하는 영원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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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니체는 『즐거운 학문』에서 유명한 사고실험을 제시한다. 어느 날 악마가 찾아와, 네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을 똑같은 순서 그대로 다시 한번, 그리고 셀 수 없이 여러 번 살게 될 것이라고 속삭인다면 어떻겠는가? 이른바 영원회귀이다.

영원회귀는 보통 실존적 사고실험으로 읽힌다. 그러나 니체는 유고에서 이것을 우주론적 사실로 증명하려 시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필자는 이것이 허황된 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글에서는 측도론적 역학계의 언어로 영원회귀의 제한된 형태를 정식화하고 증명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푸앵카레 재귀정리와 시공간에 대한 근거 있는 가설로부터 다음을 보일 수 있다.

거의 모든 세계에서, 역사의 모든 유한한 구간은 임의로 가까운 형태로 무한히 반복된다.

물론 “거의 모든”과 “임의로 가까운”이 하는 일이 상당하다. 이 단서들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마지막 절에서 다룬다.

설정

이하 $X$는 가분 거리공간separable metric space이다. 즉 $X$에는 가산 조밀부분집합이 존재한다. 우리 우주를 유한한 입자로 채워진 거대한 정육면체로 가정한다면 우주의 상태공간은 $X = [0, 1]^{6n}$이며 ($n$은 우주의 총 입자 개수), $([0, 1] \cap \mathbb{Q})^{6n}$은 $X$의 가산 조밀부분집합이다.

$X$를 우주의 상태공간으로, $T: X \to X$를 한 단위 시간 동안의 동역학으로 생각하자.

정의. 상태 $x$에서 시작하는 길이 $N$의 인생을

\[\Phi\_N(x) = (x, Tx, \ldots, T^{N-1}x) \in X^N\]

으로 정의한다. 또한 $X^N$ 위의 거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d\big((x_i)_{i<N}, (y_i)_{i<N}\big) = \max_{0 \le i < N} d(x_i, y_i)\]

따라서 두 인생 사이의 거리는 $d(\Phi_N(x), \Phi_N(y)) = \max_{0 \le i < N} d(T^i x, T^i y)$이며, 두 인생이 가깝다는 것은 모든 순간이 가깝고, 그 순서까지 같다는 것이다.

정리

정리 (제한된 영원회귀). $\mu$가 $X$의 보렐 집합 위의 유한측도이며, $T: X \to X$는 가측이고 $\mu$를 보존한다고 하자. 즉 임의의 보렐 집합 $A$에 대해 $\mu(T^{-1}A) = \mu(A)$이다. 이때, 다음이 성립한다:

$\mu$ 측도에서 거의 모든 $x \in X$에 대해 다음이 성립한다. 임의의 $N \in \mathbb{N}$과 $\varepsilon > 0$에 대해, $d(\Phi_N(x), \Phi_N(T^n x)) < \varepsilon$을 만족하는 $n$이 무한히 많다.

즉 거의 모든 세계에서, 지금부터 $N$단위 시간 동안의 역사는 $\varepsilon$ 이내의 오차로 무한히 다시 일어난다. $\Phi_N(T^n x)$가 바로 시각 $n$에서 시작하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에르고딕성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라. 에르고딕성은 한 번도 실현된 적 없는 인생이 언제가 실현된다는 것을 보장할 때 필요하다. 이미 실현된 인생이 반복된다는 것을 보이는 데에는 측도의 유한성과 상태공간의 가분성만으로 충분하다.

푸앵카레 재귀정리

증명의 핵심은 다음 정리이다.

푸앵카레 재귀정리. $A \subseteq X$가 가측집합이라면, $A$의 거의 모든 점은 $A$로 무한히 자주 돌아온다.

증명. $A$의 점 중 한 번도 $A$로 돌아오지 않는 점들의 집합을 $B$라고 하자.

\[B = \{ x \in A : \forall n \ge 1 \;\; T^n x \notin A \}\]

먼저 $B, T^{-1}B, T^{-2}B, \ldots$가 서로소임을 보이자. $j < k$에 대해 $x \in T^{-j}B \cap T^{-k}B$라고 하자. 그러면 $y = T^j x \in B$이면서 $T^{k-j}y = T^k x \in B \subseteq A$이다. 즉 $y$는 $A$로 돌아오는데, 이는 $y \in B$에 모순이다.

측도 보존성에 의해 이 집합들의 측도는 모두 $\mu(B)$이다. 서로소인 무한히 많은 집합의 측도의 합은 $\mu(X) < \infty$를 넘을 수 없으므로 $\mu(B) = 0$이다.

이제 $A$로 유한 번만 돌아오는 점 $x$를 생각하자. $x$의 마지막 귀환 시각을 $k$라고 하면 $T^k x \in B$이다. 따라서 그러한 점들의 집합은 $\bigcup_k (A \cap T^{-k}B)$에 포함된다. 각 $T^{-k}B$의 측도는 $\mu(B) = 0$이므로, 이 집합 또한 측도 0이다. ■

정리의 증명

증명. $X$가 가분이므로 $X^N$ 또한 가분이며, 따라서 $X^N$의 가산 조밀부분집합 $D_N$이 존재한다. 각 $q \in D_N$과 $r \in \mathbb{Q}^+$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자.

\[A_{N,q,r} = \Phi_N^{-1}\big( B(q, r) \big)\]

$T$가 가측이므로 $\Phi_N$ 또한 가측이며, 따라서 $A_{N,q,r}$은 가측집합이다. 각 $A_{N,q,r}$에 보조정리를 적용하면, 그 집합으로 무한히 자주 돌아오지 않는 점들의 영집합 $E_{N,q,r}$을 얻는다. 이제 $E$를 모든 $N, q, r$에 대한 $E_{N,q,r}$의 합집합이라고 하자. $E$는 가산 개의 영집합의 합집합이므로 $\mu(E) = 0$이다.

임의의 $x \notin E$와 $N, \varepsilon$를 잡자. $D_N$의 조밀성에 의해, $d(\Phi_N(x), q) < r < \varepsilon/2$를 만족하는 $q \in D_N$과 $r \in \mathbb{Q}^+$를 고를 수 있다. 그러면 $x \in A_{N,q,r}$이고 $x \notin E$이므로, $T^n x \in A_{N,q,r}$을 만족하는 $n$이 무한히 많다. 그러한 각 $n$에 대해 삼각부등식에 의해 다음이 성립한다.

\[d(\Phi_N(T^n x), \Phi_N(x)) \le d(\Phi_N(T^n x), q) + d(q, \Phi_N(x)) < 2r < \varepsilon \quad \blacksquare\]

고찰

위 정리는 니체의 영원회귀와 네 가지 점에서 다르다.

  • 근사적이다. 돌아오는 것은 같은 인생이 아니라 $\varepsilon$만큼 가까운 인생이다. 정확히 같은 인생은 측도 0의 예외를 제외하면 다시 오지 않는다.
  • 거의 모든 세계에서만 성립한다. 실제 세계의 역사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측도 0의 집합이다. 따라서 우리 세계가 예외 영집합 $E$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별도의 전형성typicality 가정이다.
  • 유한한 구간만 반복된다. 무한한 역사 전체가 정확히 반복되려면 궤도가 주기적이어야 한다.
  • 전제가 강하다. 유한 불변측도, 결정론, 가분성이 필요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유한 불변측도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가정이고, 결정론이 그 다음, 가분성이 가장 받아들이기 쉬운 가정이다. 따라서 유한 불변측도와 결정론에 대한 약간의 변호를 제시하고자 한다.

유한 불변측도

우리의 우주는 현실적으로 무한할 수도 있고, 가능적으로 무한할 수도 있다(가령 매 순간 우주의 크기는 유한하지만 무한히 팽창하는 경우). 이 경우 일반적으로는 재귀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제한된 형태의) 영원회귀가 요구하는 것은 상태의 정확한 귀환이 아니라 인생의 “충분히 유사한” 귀환이다. 따라서 충분히 유사한 상태들을 동일시한다면, 그 몫집합은 유한하다고 가정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하면 유한 불변측도라는 가정을 다른 가정으로 대체할 수 있다. 다만 여기에는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충분히 유사함”을 그대로 동치관계로 쓸 수는 없다. 유사성은 일반적으로 추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상태공간을 관측적으로 구별되지 않는 상태들의 유한한 칸 $P_1, \ldots, P_k$로 분할하고, 같은 칸에 속하는 두 상태를 $x \sim y$로 동일시하자. 그러면 $\sim$는 자동으로 동치관계이며, 길이 $N$의 인생은 칸 번호들의 열 $(i_0, \ldots, i_{N-1})$로 기술된다. 이러한 열은 $k^N$개뿐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몫집합 $X/{\sim}$이 유한하더라도, 그 위에서 동역학이 정의되려면 합동 조건 $x \sim y \implies Tx \sim Ty$가 필요하다. 이 조건이 없다면 같은 칸에서 출발한 두 상태가 서로 다른 칸으로 갈 수 있으므로, 거친 기술 수준의 동역학은 결정론적이지 않다. 같은 이유로 논의를 “충분히 큰 크기의 유한한 우주”로 제한하는 것도 그 영역이 $T$-불변일 때만 의미가 있다.

흥미롭게도, 합동 조건이 성립한다면 측도는 아예 필요 없다. $T$가 유한집합 $X/{\sim}$ 위의 사상 $\bar{T}$를 유도하므로, 비둘기집 원리에 의해 칸들의 열은 결국 주기적이 된다. 나아가 $\bar{T}$가 단사라면, 즉 거친 기술 수준에서도 정보가 보존된다면 칸들은 주기적으로 순환한다 (니체의 유고 속 증명도 이와 비슷한 발상에 기대고 있다). 따라서 유한 불변측도라는 측도론적 가정은 “우주는 유한한 해상도에서 자율적이고(즉, $T$-불변이다) 가역적인(즉, $\bar{T}$가 단사이다) 거시 동역학을 갖는다”라는 가정으로 대체될 수 있다.

결정론

흔히 결정론은 양자역학에 의해 반박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양자역학의 해석 논쟁을 왜곡한 것이다. 결정론적인 양자역학의 해석은 다양하게 제시된 바 있으며 현재까지의 모든 실험 결과와 일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