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공변성에 대한 노트
27 Feb 2025어떤 이론이 일반 공변적general covariant이라는 것은, 물리 법칙의 형태form가 미분가능한 좌표계 변환에 대해 보존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좌표계 $\lbrace q_i \rbrace $와 좌표계 $\lbrace q’_i \rbrace $가 다음 관계에 있다고 하자.
\[q_i' = f_i(\{ q \})\]각 $i$에 대해 $f_i$가 미분 가능하다고 하자. 일반 공변적 이론이라면 좌표계 $\lbrace q_i \rbrace $를 사용했을 때와 좌표계 $\lbrace q_i’ \rbrace $를 사용했을 때의 물리 법칙이 형태가 같아야 한다.
예시를 보자. 퍼텐셜이 0인 계 안의 입자의 위치를 극좌표계 $(r, \theta)$ 또는 직교 좌표계 $(x, y)$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두 좌표계는 다음 관계에 있다.
\[\begin{gather} x = f_1(r, \theta) = r \cos \theta\\ y = f_2(r, \theta) = r \sin \theta \end{gather}\]$f_1$과 $f_2$가 미분 가능하므로 일반 공변적 이론은 두 좌표계로 표현했을 때의 형태가 같아야 한다.
먼저 뉴턴 역학의 경우를 보자. 뉴턴 역학의 물리 법칙은 다음과 같다.
\[\begin{gather} -\frac{dV(x, y)}{dx} = m\ddot{x} \\ -\frac{dV(x, y)}{dy} = m\ddot{y} \end{gather}\]$V(x, y) = 0$이므로 $\ddot{x} = \ddot{y} = 0$이다. 즉 입자는 등속 선형 운동을 한다. 만약 뉴턴 역학이 일반 공변적이라면 위 법칙을 $(x, y)$에서 $(r, \theta)$로 바꿔 표현해도 결과가 같아야 한다.
\[\begin{gather} -\frac{dV(r, \theta)}{dr} = m\ddot{r} \\ -\frac{dV(r, \theta)}{d\theta} = m\ddot{\theta} \end{gather}\]$V(r, \theta) = 0$이므로 $\ddot{r} = \ddot{\theta} = 0$이다. 이번에는 입자가 등속 원운동을 한다. 결과가 달라졌으므로 뉴턴 역학은 일반 공변적이지 않다.
이제 라그랑주 역학의 경우를 보자. 라그랑주 역학의 물리 법칙은 다음과 같다.
\[\begin{gather} \frac{\partial \mathcal{L}}{\partial x} = \frac{d}{dt} \frac{\partial \mathcal{L}}{\partial \dot{x}} \\ \frac{\partial \mathcal{L}}{\partial y} = \frac{d}{dt} \frac{\partial \mathcal{L}}{\partial \dot{y}} \end{gather}\]$\mathcal{L}(x, y) = T - V = \frac{m}{2}(\dot{x}^2 + \dot{y}^2)$를 대입하면 $\ddot{x} = \ddot{y} = 0$, 즉 등속 선형 운동을 얻는다. 여기까지는 뉴턴 역학과 같다.
이제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의 $(x, y)$를 $(r, \theta)$로 치환해 보자.
\[\begin{gather} \frac{\partial \mathcal{L}}{\partial r} = \frac{d}{dt} \frac{\partial \mathcal{L}}{\partial \dot{r}} \\ \frac{\partial \mathcal{L}}{\partial \theta} = \frac{d}{dt} \frac{\partial \mathcal{L}}{\partial \dot{\theta}} \end{gather}\]$x = r\cos\theta, y = r\sin\theta$를 대입하여 정리하면 $\mathcal{L}(r, \theta)$는 다음과 같다.
\[\mathcal{L}(r, \theta) = \frac{m}{2}(\dot{r}^2 + r^2 \dot{\theta}^2)\]Remark.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에서는 단순히 $(x, y)$를 $(r, \theta)$로 치환했지만, 라그랑지안에서는 $x = r \cos \theta, y = r \sin \theta$ 관계식을 대입하는 이유는 라그랑지안이 실수쌍에 대한 함수가 아니라 시공간의 점에 대한 함수이기 때문이다. 일반 공변성은 무지성, 일편단률적인 좌표 변환에 대해서 식의 형태가 유지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물리계를 표현하는 함수들은 유지된 채 그것을 표현하는 좌표가 바뀌었을 때 식의 형태가 유지된다는 의미이다.
대입하여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begin{gather} \ddot{r} = r\dot{\theta}^2 \\ 2\dot{r}\dot{\theta} + r\ddot{\theta} = 0 \end{gather}\]미분방정식이 복잡해서 알아보기 힘들지만, 위 두 미분방정식은 $\ddot{x} = \ddot{y} = 0$과 동치이다. 일례로 $\theta = \tan^{-1}t, r = \sqrt{1 + t^2}$가 방정식의 해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다음이 성립한다.
정리. 라그랑주 역학은 일반 공변성을 가진다.
뉴턴 역학은 일반 공변성이 없지만 라그랑주 역학은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것은 당연하다. 뉴턴의 제1법칙은 보통 $F = 0 \implies \ddot{x} = 0$이라는 수식으로 표현되지만 정확한 진술은 다음과 같다.
외력을 받지 않는 입자의 시공간 다이어그램은 선형이다.
‘선형’이라는 표현에 주목하라. 선형성은 특정한 기하학에 의존적인 표현이다. 예를 들어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선형’이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선이지만, 구면 기하학에서 ‘선형’은 대원으로 주어진다. 그러므로 위 진술은 다음과 같이 밝혀 쓰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뉴턴 역학. 외력을 받지 않는 입자의 시공간 다이어그램은 유클리드 기하학의 선형이다.
그리고 유클리드 기하학의 선형은 직교 좌표계에서 $\ddot{x} = \ddot{y} = 0$ 꼴로 주어진다. 따라서 $F = 0 \implies \ddot{x} = 0$은, 유클리드 기하학과 직교 좌표계를 전제했을 때에만 올바른 수식인 것이다.
거꾸로 말해, 이론이 특정한 기하학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그 이론은 일반 공변적이다. 라그랑주 역학은 그러한 이론의 사례이다. 라그랑주 역학의 진술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라그랑주 역학. 라그랑지안의 적분을 극화시키는 경로가 입자의 운동 경로이다.
그리고 라그랑지안은 특정 기하학에 의존적인 함수가 아닌, 그저 시공간의 점들에 대해 실숫값을 출력하는 함수이다. 따라서 위 진술은 어떠한 기하학에 대해서도 의존적이지 않으며, 라그랑주 역학은 일반 공변적이다.
구멍 논증hole argument에 따르면 일반 공변적인 이론들은 형이상학적인 의미에서 비결정론적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하도록 하겠다.